[신간산책] 전설적인 여성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의 에세이-'서평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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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산책] 전설적인 여성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의 에세이-'서평의 언어'
  • 신승희 기자
  • 승인 2022.07.0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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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화계의 독보적인 여성 편집자 메리케이 윌머스 에세이 국내 첫 소개

[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영국 문화계의 독보적인 여성 편집자 메리케이 윌머스의 에세이와 서평을 한데 엮은 산문집『서평의 언어』(원제: Human Relations and Other Difficulties)가 출간되었다. 반세기 가까이 현장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편집자이자 전방위적 저널리스트로서 쌓아온 통찰이 유감없이 녹아 있는 에세이로, 우아한 문장과 때로는 짓궂은 유머의 조화가 절묘하다.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그는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원제: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의 제목을 지은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책의 서문에서 색스는 윌머스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윌머스는 이 책에서 문학 편집자로서 진 리스, 조앤 디디온 등 여성 작가의 작품을 예리하게 살피고, 남다른 식견으로 안목 있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자신이 여성 직업인으로서 느낀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바가 있다. 격조 있는 인문 에세이를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지적인 충만감을 선사하는 책이다. 

더 늦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여성 작가들의 세계로 안내하는 거절할 수 없는 초대장

유럽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서평지로 영미 문학 독자 사이에서 한결같이 신뢰받아온 《런던 리뷰 오브 북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선임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는 평생에 걸쳐 여성 작가, 문학 속 여성 인물, 무엇보다 책을 읽는 여성 독자들의 삶에 대해 썼다. 조앤 디디온, 진 리스처럼 이미 한국에서도 사랑받아온 작가뿐 아니라 비타 색빌웨스트, 메리앤 무어 등 국내에 아직 충분히 소개되지 못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다.  
조앤 디디온이 딸 퀸타나를 잃고 쓴 회고록 『푸른 밤』을 다룬 서평 「집에 없었더라면」에서 그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비단 디디온의 글뿐 아니라 그의 내면까지 파고든다. 디디온을 아끼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한 편이다. 「나르시시즘과 그 불만」에서는 진 리스를 비롯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성인전」에서는 진 리스, (조지 오웰의 아내였던) 소니아 오웰, 저메인 그리어에 대한 회고록 『어려운 여자들』의 서평을 썼다. 1970년 『여성, 거세당하다』를 출간하며 대표적인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주목받은 저메인 그리어는 「매력 노동」에서도 또 한번 등장한다. 이 글에서 윌머스는 한때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게 써 내려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연인이자 그가 쓴 소설 『올랜도』의 모델로 알려진 비타 색빌웨스트의 전기 『비타: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에 대한 서평인 「비타 롱가」는 그 명성만큼 우리에게 풍부하게 소개되지 못한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첫 만남으로 적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헨리 제임스의 여동생으로 더 알려진 앨리스 제임스의 삶과 작품을 다룬 「죽음과 소녀」,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으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 여성 시인 메리앤 무어의 전기를 소개한 「무슨 이런 어머니가」 역시 눈길을 끄는 읽을거리다. 
그런가 하면 「서평의 언어」는 일종의 서평에 대한 서평으로, 서평가로서 윌머스의 엄정한 문학관과 날카로운 유머가 특별히 빛을 발한다. 남성 작가들이 쓴 문학에서 여성의 언어는 저항할 때조차 남성의 만족감을 위한 것에 그친다는 「약속들」의 지적은 쓴웃음이 날 만큼 통렬하다. 모성 신화를 꼬집은 「나는 황폐해져갔다」나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 브뤼셀에 대한 술회가 담긴 「브뤼셀」 등의 글에서는 서평가가 아닌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윌머스의 초상을 엿볼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세계를 꿰뚫는 서평가의 진면목

40여 년간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이끌며 무수한 명저의 행간을 톺아본 윌머스가 마침내 다다른 결말은 이것이다. 세계는, 그리고 인간과 삶은 결국 그 하나하나가 고유한 서사이자 한 권의 책이며 그것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히 ‘읽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한 맥락에서 부커상 후보 작가이자 언론인인 존 랜체스터는 윌머스의 서평을 두고 “단순히 책 한 권을 요약했다기보다 세상 전체를 통찰”(11면)한 글이라 평하기도 했다. “메리앤 무어만큼 세상을 전폭적으로 즐긴 시인, 세상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시인은 없었던 것 같다. 여성 시인 중에서는 더더욱.”(386면)이라고 쓴 그 자신의 말을 빌린다면 메리케이 윌머스만큼 세상을 전폭적으로 즐긴 서평가, 세상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서평가는 없었을 것 같다. 여성 서평가 중에서는 더더욱.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돌베개 출판, 1만 7000원)

 

■ 작가 메리케이 윌머스 Mary-Kay Wilmers 
《런던 리뷰 오브 북스》(LRB)의 공동 창립자이자 선임 편집장. 193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46년 유럽으로 이주해 영국, 포르투갈,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 자랐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페이버 앤드 페이버에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해 《리스너》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등에서 일했다. 1979년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세운 뒤 1992년부터 2021년까지 편집장을 맡았고, LRB를 유럽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서평지로 성장시켰다.

■ 옮긴이 송섬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읽고, 쓰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 여성, 성소수자, 노인과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들을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 『벼랑 위의 집』 『그녀가 말했다』 『사라지지 않는 여름』 『불태워라』 『당신 엄마 맞아?』 등의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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