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미래를 Proactive하게 디자인하다” - 전태준 인하대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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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미래를 Proactive하게 디자인하다” - 전태준 인하대 입학처장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22.05.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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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2022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4월 2일 그 대장정을 시작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야구조차도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정도의 위기를 경험했기에, 특히 올해 야구를 비롯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뿐 아니라 공연 등 대중과 접점을 제공하는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와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전태준 인하대 입학처장(생명공학과 교수)
전태준 인하대 입학처장(생명공학과 교수)

필자가 대입을 준비하던 시절로 잠시 과거 여행을 떠나 본다. 아니 오히려 그 이전으로 가면, 필자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동네 뒷산 흙과 함께 자연이 교실이었으며, 고무동력 비행기를 만들면서 언젠가 나도 파일럿이 되어 하늘과 우주를 누비고 싶다는 꿈을 늘 품고 있었다. 매년 열리는 전국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기 위해서, 몇 달을 비행기를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고,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운 부품과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서울의 모든 문방구나 과학상점을 돌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간 준비를 통해 당시 서울시 대회에서 입상해 서울시 대표로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내 꿈은 이렇게 긴 여정을 거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진로탐색과 초, 중학교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파일럿에 대한 나의 꿈은 더욱 확고해졌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새벽에 등교를 하고,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오면 다시 파김치가 되어 잠자리에 들기 바빴고, 당연히 필자가 좋아했던 고무동력기 만들기는커녕 소설책 한 권 마음 놓고 읽었던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고교 생활 3년 내내 대입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물론 그 와중에 지금도 고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밤새 얘기하며 회상할 수 있는 다양한 추억거리가 있는 것을 보면, 공부만 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긴 한데, 아직도 당시에 회자되던 말인 “(수능)점수가 적성이다”인 것을 보면, 늘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우선 점수를 받고 적성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무동력기와 파일럿의 꿈도 역시 추억 보따리의 하나가 돼 버렸다.

필자는 지난 4년간 인하대 입학부처장을 거쳐 올 초에 입학처장으로 부임하면서, 전국의 수많은 지역과 고교를 방문하고, 그리고 학생, 교사, 학부형 및 교육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상담을 하기도 하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필자도 지금 중간 지필고사 준비를 한다고 스카(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인 아이를 두고 있어서, 나름 고교 현장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을 했다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전에 내가 다니던 고교와 “점수가 적성”이 아닌 “적성”을 찾기 위한 교육과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학생들이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과연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당장 그다지 공부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내 아들만 봐도 명확한 답이 나오는 것 같다.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그 멍 때림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Bored and Brilliant)”란 책도 출간되었으며, “불멍”, “물멍”에 이어 서울에서는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릴 정도로, 잠시 멈추어 가는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고등학생뿐 아니라, 복잡한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숙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야구 얘기로 돌아가보면, 보통 강속구 투수들은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구속으로 공을 던진다. 이론적으로는 직구만으로도 무적의 투수가 될 수 있다. 이 속도에서는 볼이 손을 떠나 타자까지 불과 0.3-4초 이내에 도달하게 돼, 타자가 공을 보고 반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속도인 0.4초를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문 평속 160km의 괴물 투수들의 공을 받아 치는 타자들은 과학 이론을 거슬러 간다. 일부 타자들은 160km 이상의 볼을 척척 쳐내며 홈런을 날리기도 한다. 이를 보통 사람과 다른 동물적 감각을 가진 타자들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수많은 노력과 경험이 만들어 낸 감각을 통해 투수의 투구폼이나, 제스처 등 만으로도 공이 올 자리를 예측하고, 거기에 배트를 가져다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어 단어에서 활동을 뜻하는 active(액티브)라는 단어가 있다. 여기에 “re”을 붙이면, reactive가 돼 반응을 뜻하게 되고, “pro”를 붙이게 되면, proactive가 되어 “상황을 주도하다”는 뜻이 된다. 아마 위에 언급한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은 아마도 수많은 훈련을 통해서 proactive하게 반응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다. 

소위 주입식 교육과 점수가 적성이 되는 상황에 익숙해진 우리는 proactive한 진로탐색을 통해 삶을 디자인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그렇게 고생을 해서 대학이라는 관문을 넘어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 다음 고비인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또 다시 학점과 스펙 쌓기를 위해 전력질주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점수에 맞추어 진학을 한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선택한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N수를 택해 입시결과가 높은 학교로 소위 “업그레이드”를 하던지, 전공을 바꾸기 위해 전과를 하는 학생의 수가 더욱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통합수능을 통해 입학을 한 첫 해인데도 불구, 적성보다는 점수를 맞추어 진학을 하기 위해, 우리 인하대를 포함하여, 많은 대학에서 자연계열로 추정되는 선택과목을 택한 상당 수의 수험생들이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했다. 이들의 reaction이 어떨지 관심과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proactive하게 진로 선택을 하고, 본인이 정말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영위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젊음을 보낼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본인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입시 제도를 포함한 사회제도 및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자 대학의 역할일 것이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인하미래인재학교” “전공체험” “학생/학부모 진로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관련 책자를 만들어 전국의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특히 올해 2023년 입시에는 다양한 진로활동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 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이 자유전공학부는 정원이 정해져 있는 의대, 사범대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일정기간 전공 탐색 기간을 거쳐,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학이 최대한 배려를 할 예정이다. 올해는 우선 70명으로 시작하지만, 학생들이 더욱 proactive한 진로선택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다면, 그 기회를 더욱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대학은 마이크로전공, 다양한 비전공교과 및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본인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한 대학의 졸업식 축사에서 연사는 10년 전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거의 절반이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글을 읽는 고등학생 독자들도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는 반 이상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취업해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여러분은 더욱 더 proactive한 진로탐색과 노력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대학은 여러분의 DNA를 여러분이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proactive하게 변화한 교육으로 여러분들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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