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고교학점제’.. 경기교육청 ‘스페인어 지도 영어교사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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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고교학점제’.. 경기교육청 ‘스페인어 지도 영어교사가 하라’
  • 신현지 기자
  • 승인 2022.05.24 19:21
  • 호수 3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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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부전공 교육지침 ‘물의’.. 스페인어 전문가 109명 항의 서명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고교학점제를 통해 다양한 과목이 개설됨에 따라 생기는 인력부족 문제를 타 과목 교사의 재교육을 통해 채우라는 경기교육청의 부전공 교육지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고교학점제에 따라 스페인어 선택 학생이 늘어나며 경기도 관내 학교의 스페인어 교사가 부족해지면서 발생했다. 경기교육청은 현장의 교원충원 요청을 무시하고 인접 학문 교사에 대해 재교육으로 대응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경기교육청은 1월부터 8월까지 29명을 대상으로 스페인어 부전공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 현장에선 6~7개월의 학문 수강으로 해당 과목 전문가로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우수한 교원 확보를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전달해야 하는 고교학점제 시행에서 가장 필수적인 교원확보 문제에 대한 교육당국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드러난 대표적 케이스인 셈이다.

전국 스페인어교사회 회원과 한국스페인어문학회, 전국 스페인어학과 학과장 등 109인은 23일 경기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교원선발담당)에 항의공문을 전달했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 학교 학생과 교사 대상 실태조사 등의 사전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제2외국어 가운데 스페인어만 단기 부전공 교육에 포함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중고등 스페인어 교사회 회장인 조경호 외대부고 교사는 “7개월만 교육하고 선생으로 파견한다는 건데 이들이 과연 학생을 도와 수능을 준비하고 또 학생들의 심도 깊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전문 교과과정을 거치고 대학원 등 6~10년을 스페인어만 공부한 우리도 고민하며 대답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교사로 배치하려 하는지 안타까울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정조치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부전공 교육 등의 교원충원 방향이 현행법령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작년 12월10일 공개한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보면, 교육부는 1급 정교사의 다교과 역량 함양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기재했다. 기존 부전공제도를 ‘다교과전공’으로 명칭을 변경, 개선한다. 융합전공도 신설해 다른 교과 자격을 추가로 갖추거나 유사/연계과목 연수를 통해 다양한 과목을 지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많은 해당과목 전문가들의 반발을 산 만큼 해당제도 도입은 충분한 논의 후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스페인어 교사회 회원과 한국스페인어문학회, 전국 스페인어학과 학과장 등 109인은 23일 경기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에 항의공문을 전달했다. 7개월간의 부전공으로 스페인어 중고등학교 교사를 배치할 수 있다는 행정운영 탓이다. /사진=스페인어교사회 문서 일부
전국 스페인어 교사회 회원과 한국스페인어문학회, 전국 스페인어학과 학과장 등 109인은 23일 경기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에 항의공문을 전달했다. 7개월간의 부전공으로 스페인어 중고등학교 교사를 배치할 수 있다는 행정운영 탓이다. /사진=스페인어교사회 문서 일부

<7개월 교육으로 10년 전공자와 같은 ‘스페인어 교사’ 하라고?>
전국 스페인어교사회 회원과 한국스페인어문학회, 전국 스페인어학과 교수 등 109인은 서명과 함께 항의공문을 경기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교원선발담당)에 전달했다. 경기교육청의 행정편의적 교원충원 운영방식 때문이다. 경기교육청은 1월부터 8월까지 29명을 대상으로 스페인어 부전공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인접 학문에 대해 복수/부전공을 확대해 교원을 충원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스페인어 부전공 교육 관련 조례안이 통과되며 전국 스페인어 교사들과 전문가들은 유감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제2외국어는 인접 학문이 존재할 수 없는데 현재 부전공 연수 대상자가 어떤 자격을 인정받아 선정되었는지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교육청은 수강생 29명 중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어계열 전공생이라고 설명했지만 문화별 언어차이가 명확한 제2외국어는 인접 학문이 없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중고등 스페인어 교사회 회장인 조경호 외대부고 교사는 “물리선생님이 통합과학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스페인어는 역사와 문화 언어사회 전반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로 인접 학문이 있을 수 없는 과목이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현재 전임교사 기간제교사 강사를 포함해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2025년 전면도입을 앞둔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교육청이 자율선택제를 시행하며 스페인어 선택 학생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교사 수급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은 교사 수급의 어려움을 들어 전문성을 갖춘 신임교사의 확충이 아닌 기존 타 교과의 과원 교사 재교육(부전공 교육)을 통한 교사 충원을 목표하고 있다. 부전공 교육은 450시간 30학점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언어 문화 사회의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한 외국어를 7개월가량의 부전공으로만 수강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타 교과로 진학해 임용으로 정교사 자격만 획득하면 누구나 스페인어 교사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기존에도 부전공자가 없던 것은 아니다. 조경호 교사는 “교사충원을 위해 고교교사를 대학원 2년가량의 교육을 통해 하급학교인 중학교로 파견하는 등의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급학교로 올리는 것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정교사보다 많은 수를 부전공으로 교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처사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에 따른 양질의 교육 보장이 아닌 정확한 사전 조사나 스페인어 교육계의 합의 없이 이루어지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는다. 부전공 과목으로는 연극영화, 조리, 식품가공, 심리학 등의 과목이 있지만 이 중 외국어는 스페인어 하나다.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기존까지는 스페인어와 동일하게 운영됐지만 2021년부터 임용고사를 통해 신임교사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교사가 부족하면 임용고사를 통해 선발하는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스페인어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부전공 교육은 4년간 대학교육과 5학기의 교육대학원까지 다니며 전문가 자질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예비 교사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성을 갖춰온 예비교사뿐 아니라 비정규직 교사들의 길을 막는 행보일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심도 있는 학습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스페인어 정교사는 28명이지만 올해 부전공 수강자는 29명으로 더 많은 숫자다. 대학원까지 스페인어를 전공해 공부한 교사와 7개월간 스페인어 교육을 받은 타 교과 교사가 똑같이 스페인어 교사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페인어 교사들은 이번 교육이 수많은 기간제교사와 대학원에서 예비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을 뺏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 경기교육청.. “행정법상 문제없다”
경기교육청은 행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마련된 부전공 자격연수 30학점도 관련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교원자격검정령 제4조 4항을 보면 ‘중등학교의 현직교사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자격증에 그가 이수한 과목을 부전공과목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각 호는 ▲교육공무원법 제38조 또는 제40조에 따른 교원연수계획에 따라 교육감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교육감이 인정하는 교육과정을 30학점 이상 이수한 사람 ▲교육대학원 또는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대학원 교육과에서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학점 및 과목을 이수하고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이에 따라 450시간 30학점으로 스페인어 부전공 자격연수를 구성, 법률상 교원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셈이다.

경기교육청은 부전공의 의도가 타 전공 교사들을 스페인어 교사로 돌리고자 함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일종의 방어책이라는 설명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실제로 시골학교에서는 본인이 스페인어 관련 경험이 없고 단순 영어교사라는 이유로 자격 없이 가르치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고교학점제 본격 도입 전에 교육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까지 교직에 필요하다면 전문가 그룹으로 들여오고자 하는 가안을 세우고 있는데 그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교사 자격 없이 스페인어 전공자가 가르치는 것보다는 교사들 중 교육을 통해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은 타 교사를 스페인어 교사로 전환하게끔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타 과목 교사가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으며 이를 부적합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전공의 경우 정원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우려하는 스페인어 전공자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일축했다. 복수전공은 선발 인원과 관계가 있지만 부전공의 경우 정원에 구속받지 않고 현직 교사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안이므로 정원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 교육부 다교과 역량 지원.. 전문가 양성 ‘미지수’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관계자는 부전공 교육 등의 교원충원 방향이 현행법령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작년 12월10일 공개한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보면, 교육부는 1급 정교사의 다교과 역량 함양을 지원하고자 한다. 기존 부전공제도를 ‘다교과전공’으로 명칭을 변경, 개선한다. 융합전공도 신설해 다른 교과 자격을 추가로 갖추거나 유사/연계과목 연수를 통해 다양한 과목을 지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장기적인 계획도 이번 경기교육청의 부전공 자격연수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번 지적처럼 30학점의 교육과정이 과연 전문성을 가진 교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서울교육청도 큰 틀에서는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나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교육청 인사팀 관계자는 “정책적인 부분에서 양성이 필요한 과목일 발생할 수 있다. AI나 특성화고 관련 과목들이다. 따라서 서울시도 큰 틀에서는 부전공 교육 등을 통해 인원을 충원할 계획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과목 등이 계획된 바 없다”고 전했다. 고교학점제로 교사충원이 필요할 경우 대응에 대해서는 교육청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충원 관련 사항은 충분히 개별 교육청에서도 교육부 지침 없이 운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관계자는 “교육감이 판단 하에 특정분야 양성이 필요하다면 임직원 양성기관을 인가해준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교원확보 문제점 수면 위로>
교원확보 문제는 고교학점제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온 현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이달 11일 발표한 ‘스승의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교원의 85.3%가 고교학점제의 2025년 전면 도입에 반대했다. 교원의 27%는 ‘다양한 과목 개설의 기본인 교원충원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2022년은 학교가 학점제 체제로 본격 전환하는 시기지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교육부의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 준비 내용’을 보면, 교원 분야에서 고교학점제 핵심 교원 양성과 교원 역량 강화가 2024년까지 준비되는 내용으로 적혀 있다. 연구/선도학교 교원 추가배치와 더불어 새로운 교원수급 계획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교원 분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핵심교원 양성 ▲고교 연구/선도학교 교원 추가배치 ▲미래형교원 수급계획 수립을 운영한다. 교육청은 모든 교원의 학점제 역량 강화 ▲교육과정 연계 교강사 배치 계획 수립 등을 진행한다. 학교는 학생 수요 기반 교육과정 운영을 준비하면 된다. 고교학점제에서도 교원 양성은 이미 핵심 과제로 수립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교원수급은 새로운 교원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 교원을 재교육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현장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학교와 교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해가야 할 교육당국이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을 하면서 고교학점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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