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의대열풍에 ‘이공특의 반격’.. 일반고 고2 조기선점에 반도체 계약학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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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의대열풍에 ‘이공특의 반격’.. 일반고 고2 조기선점에 반도체 계약학과까지
  • 권수진 기자
  • 승인 2022.05.10 17:19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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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100명 반도체 계약학과 7개 중 최대 규모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자연계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수세에 몰려온 이공계특성화대가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에 일반고 2학년 지원자격 부여 등의 방식으로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연계 우수인재를 두고 의대와 이공계특성화대가 경쟁구도인 양상에서 의대열풍은 이공계특성화대의 진로가 일반적인 영재학교 과고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판도를 휩쓸어왔다. 

KAIST는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면서 자연계 판도에 파란을 예고했다. KAIST는 올해 정원외 100명을 선발, 반도체 계약학과 선발을 실시하는 7개교 가운데 최대 규모다. KAIST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이미 막강했던 반도체 경쟁력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수험생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미 대표 과기원으로 학생의 혜택이 막강한 상태에서 삼성전자 취업 보장까지 더해질 경우 의대와 충분히 저울질할 만하다는 게 대학가의 평가다.

KAIST는 ‘고2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해 일반고 출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태세다. 통상 과고를 대상으로 한 고2 조기 지원자격 문호가 널리 알려져 있고 일반고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매년 0~3명 정도가 신청하는 등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KAIST는 고2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활용해 과고 뿐만 아니라 자사고 일반고 등에서도 지원자격을 조기에 부여하고자 한다.

고2 선발제도는 KAIST뿐 아니라 한국에너지공대를 제외한 모든 과기원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개교한 신생 과기원인 한국에너지공대의 경우 올해까지는 도입계획이 없으나 향후 도입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상태다. 일반고의 경우 조기졸업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어, 빨리 과기원에 진학하는 방법은 고2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활용하는 것밖에 없다. 

의대열풍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과고에서조차 몸살을 앓고 있는 이슈다. 영재학교/과고가 의약계열 진학을 막기 위해 장학금 환수, 졸업 포상 제외, 교사추천서 미발급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매년 의대 진학자가 나왔다. 지난해 발표된 ‘영재학교 학생 의약계열 진학 제재 방안’에서는 영재학교 입학 후 의약계열로 진학을 희망하거나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대학 진학과 관련된 어떠한 상담과 진학 지도도 받을 수 없고,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기숙사와 독서실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이 담겼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큰 상황이다. 

갈수록 의대열풍이 거세지면서 이공계특성화대가 자연계열 인재 조기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갈수록 의대열풍이 거세지면서 이공계특성화대가 자연계열 인재 조기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일반고 인재 조기선점하나 ‘고2 선발제도’>
올해 KAIST는 2학년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시사했다. 기존에도 있던 제도이지만 올해 일반고에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KAIST의 ‘고2 과학영재 선발제도’는 수학/과학분야에 재능이 탁월한 고2 재학생에 대해 과학영재선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과학영재로 선발하고, KAIST 학사과정 입학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로 과고 학생 가운데 조기졸업/조기진급을 하지 않는 학생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고의 경우 매년 0~3명 정도가 신청할 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KAIST의 고2 과학영재 선발제도에 영재학교 재학생은 제외되며 국내 고2 재학생(수료예정자) 중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어 소속 학교장이 추천한 자가 신청할 수 있다. 서류심사를 통해 지원자의 학업능력/영재성 등을 종합평가하고, 이를 KAIST 과학영재선발위원회가 심의해 입학 지원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신청기간은 7월27일부터 8월2일까지다. 

고2 지원자격 심사제도는 대다수 과기원에서 운영 중이다. 이를 적극 활용할 경우 만기졸업한 후 의대로 빠지기 전에 미리 이공계특성화대 진학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시를 염두에 두고 수능을 겨냥하고 있는 학생뿐 아니라, 고3 학종을 통해 의대로 빠질 가능성이 있는 인재까지 선점 가능하다.

지스트의 경우 고2 수료 예정자로서, 국내 고교 2학년1학기까지 이수한 국어/영어/수학/과학의 전 과목 환산평균이 94점(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 이상이거나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어 소속 학교장추천을 받은 자이거나 국내 과고 재학생 중 과학기술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어 소속 학교장 추천을 받은 자가 지원할 수 있다. 이 역시 영재학교 학생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과학영재선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원자격을 인정받은 학생은 수시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 신청기간은 8월1일부터 3일까지다. 

DGIST 역시 고2 재학생 중 과학기술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DGIST 과학영재선발위원회가 인정한 경우 일반전형/고른기회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신청자격은 2학년1학기까지 전 학년 전 과목 환산평균이 94/100 이상인 자이거나 국내 고2 재학생 중 과학기술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어 소속 학교장이 추천하는 자다. 올해 신청기간은 8월16일부터 18일까지다. DGIST의 경우 KAIST나 지스트와 달리 영재학교 학생의 지원을 따로 제한하지 않는다. 조기졸업하지 않는 영재학교 학생 역시 지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UNIST의 경우 지난해 기준 고2 입학지원자격 심사 제도를 살펴보면, 고2 재학생 중 UNIST 과학영재선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학사과정 입학 지원자격을 받은 학생의 지원을 허용한다. 국내 고교 2학년1학기까지 전 학년, 전 과목 성적의 환산평균이 94/100 이상인 자이거나 고2 재학생 중 과학기술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어 소속 학교장이 추천하는 자가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는 아직 고2 입학지원자격 심사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제도 운영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어 향후 도입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당장 2023부터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에서는 활용하기 힘든 조기졸업>
고교 3학년을 다 채우지 않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에는 ‘조기졸업’이 있다. 조기졸업자, 상급학교 조기입학자격 부여자의 경우 고2 선발제도와 관계없이 모든 이공계특성화대에 지원 가능하다. 과기원에 해당하지 않는 포스텍 역시 해당된다. 

대통령령 제27751호 ‘조기진급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학교장이 재능이 우수한 학생을 선정해 조기진급/조기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기진급/조기졸업하려는 경우 다음 학년의 교육과정에 편성된 개별 교과목의 조기이수를 인정받아야 한다.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은 상급학교에 조기입학을 원하는 학생에게 조기진급/졸업대상자 여부와 관계없이 부여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고의 경우 조기졸업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조기졸업을 통해 과기원을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일반고에서 일찍 대학에 진학하려면 과기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2 선발제도를 통해 지원자격을 받고 진학하는 것이 방법이다. 

조기졸업 제도를 주로 활용하는 곳은 과고다. 영재학교의 경우 조기졸업제도 자체를 운영하지 않거나,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채워야 하는 학점이 상당해 실질적으로는 조기졸업이 어렵다.

<이공계 인재 눈길 끄는 반도체 계약학과>
KAIST 포스텍에 신설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는 의대열풍에 대항해 이공계 인재를 잡을 수 있는 묘안으로 평가된다. 두 대학 모두 올해 삼성전자와의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계약학과는 산업체나 국가기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설계된 학과로, 학비 지원과 장학금이 풍부할 뿐 아니라 기숙사 입사 등의 혜택까지 부여되는 경우가 많아 수험생들의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일부 조건만 충족하면 기업 채용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크다. 졸업 이후 진로고민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KAIST는 정원외 100명을 모집,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 선발을 실시하는 7개교 중 가장 선발규모가 크다. KAIST는 모집단위 구분 없는 무학과 모집을 실시하고 있지만,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예외다. 유일하게 입학 시부터 소속학과가 확정된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입학지원서 희망학과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혜택도 다양하다. 등록금/기숙사비를 최대 4학년까지 전액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장학금, 삼성전자 인턴수당, 연구수행 장학금, 방학 프로그램 참여 장려금, 기숙사비 등 약 4000만원의 추가 지원이 더해진다. 학생마다 다른 형편에 따라 배려장학금도 지원한다. 해외 학회/박람회 참가, 해외 대학 교류 등 다양한 국제 연수 기회도 제공한다.

포스텍은 2023요강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반도체공학과가 포함된 시행계획 변경이 있을 예정이다. 정시모집을 실시하지 않아, 수시에서만 4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거세지는 의대열풍.. 영재학교/과고 의대 진학 문제 대두>
자연계 인재 선점을 위한 과기원의 움직임은 해마다 거세지는 의대열풍과도 관련이 있다. 이른바 ‘자연계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자연계 인재가 의대로 다수 빠져나가면서 이공계로 진출할 인재 풀 자체가 줄어드는 배경 때문이다. 

지난해 공시된 대학알리미 ‘중도탈락 학생 현황’에 의하면 서울대에서 317명의 중도포기가 발생했다. 최상위 선호대학이라는 점에서 서울대에서의 중도포기는 의대 진학을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서울대 중도탈락학생 중 화학생물공학부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식품영양학과와 자유전공학부 각 14명, 조선해양공학과와 생명과학부 각 13명, 기계항공공학부(기계공학전공) 12명, 화학부 11명, 재료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각 10명 등 대부분이 자연계에 편중됐다는 점도 의대 선호현상을 뒷받침한다.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영재학교/과고에서조차 의대 진학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대와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9개교의 의학계열/의대 합격자 자료를 요청해 분석한 ‘2022수시 의학계열 수시최초 합격자’ 자료를 보면 상당수의 영재학교 인원이 서울대 의대 등 의학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대 의학계열과 지거국 9개교의 의대 합격자만 산정해도 서울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는 각 3명의 수시최초 합격자를 냈다. 

서울대 의대로 한정하면 2022정시에서 등록자 30%가 영재학교/과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 정시 의약학계열 지원자 현황’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2022 정시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의약계열 지원자, 합격자, 등록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대입에서 전국 영재학교/과고 재학생(1781명) 가운데 의약계열 지원은 23.4%(416명)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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