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배운 대로 평가받는, 공정한 대입-신동희 이화여대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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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배운 대로 평가받는, 공정한 대입-신동희 이화여대 입학처장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22.05.09 09:31
  • 호수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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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중등 12년 교육은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모든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예외 없이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었고 어떤 방향으로든 더 나은 대입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모든 정부가 최선의 대입 정책을 위해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지금까지의 어떤 입시 제도에 대해서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입시 제도는 정답과 오답에 근거한 선택이 아닌 가치관이 투영된 선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든 대학 입학 정책 설계와 입시 시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은 공정성이다. 공정은 국내 입시 제도에서뿐만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최우선 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입시 제도에서 자주 언급되는 쟁점도 다 공정성과 연관된다. 수시가 더 공정한가, 정시가 더 공정한가? 지원자 블라인드 면접이 더 공정한가, 아니면 지원자 서류 기반 면접이 더 공정한가? 수능 영어 절대등급이 더 공정한가, 상대 등급이 더 공정한가? 저마다의 가치관과 처한 상황에 따라 이 질문들에 대한 답도 근거도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수험생 입장에서 어떤 입시가 가장 ‘객관적으로’ 공정한 입시일까?

신동희 이화여대 입학처장(과학교육과 교수)
신동희 이화여대 입학처장(과학교육과 교수)

공정한 입시는 공정한 평가에서 비롯된다. 모든 학생들은 학습한 내용과 방법의 범위 내에서 평가받아야 함이 당연하다. 만약 중학교 과학 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원리를 중간고사 문항으로 출제한 교사가 있다면 학생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을 것이다. 교과서 밖에서 수능 문항이 나왔을 때 신문에 대서특필되며 비판받은 적도 여러 번이다. 교사가 가르치지 않고 학생이 배우지 않은 것을 평가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매시간 다양한 미술 작품을 그리거나 만든 학생들은 그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과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미술 시간에 이론을 배운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오지선다형 미술 지필 평가를 실시한다면 이 역시 학생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을 것이다. 음대에서 실기 평가를 하지 않고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술 작품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능력과 미술 이론 시험에서 필요한 능력은 별개의 것이고 피아노 연주 능력과 수능 성취도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학습 내용과 방법을 벗어난 방식의 평가를 받을 때 학생들은 그 평가가 타당하지도 않고, 신뢰할 만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해방 이후 7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함께 우리 학교 교육도 발전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교 교육에서 평가 방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여 년 전 수행 평가가 도입돼 다양한 평가를 모색해 오고 있지만 객관식 문항 위주의 지필 평가 방법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다양한 평가 방법이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더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교육자는 없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원자력과 관련한 과학적 쟁점에 대해 토론하지 않고, 유전의 법칙에 대한 과학 논술을 써보지 않으며, 과학 실험실에서 암석을 관찰하지 않은 학생들이 논술이나 구술 면접 방식의 중간고사를 치룰 수 없고, 과학 실험 능력 위주의 기말고사를 치룰 수는 없다. 교사가 주도해 가르치고 학생이 수동적으로 배우는 전통적 교육 방식이 우리 학교 교육의 여전한 모습이기에 이를 벗어난 평가 방법은 공정하지 않다. 대입 제도에서 수험생 평가 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한 전제는 그 수험생들이 경험한 교실에서의 교수 학습 방법 다양화다.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들의 대입 수시 비율은 60-70%를 차지한다. 수업 시간에 발표나 토론 능력을 키울 기회가 적은 우리 고등학생들이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면접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학교에서 논술 쓰는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고등학생들은 수시 논술 전형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주요 개념이 잘 정리된 자료로 과학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학교 과학 탐구 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 밖 어디선가에서 ‘따로’ 준비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는 학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벗어나는 수능 문항, 수시 논술 문항, 수시 면접 문항에 대해 큰 문제 인식을 보인 반면, 학교 교육의 주류 교수 방법과 평가 방법을 벗어나는 서술형 논술이나 구두 면접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수 학습 평가 방식과 대입 수시 평가 방식의 불일치도 교과서 밖에서 출제된 수능 문항만큼 심각한 쟁점이다. 이는 대입 제도의 변화 속도가 학교 교육의 변화 속도를 앞지른 결과다. 다양한 입시 제도 도입이 사교육 시장의 변화를 견인한 것은 분명한데, 공교육의 변화까지 견인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대입의 공정성을 모색할 때 사교육 문제, 흙수저 전형, 금수저 전형 식의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학교 수업에서 배우고 익힌 방식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평가의 공정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근본적일 것이다. 수험생을 배려한 가장 공정한 평가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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