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우리 고교 교육에서 문해력(literacy) 향상을 강조해야 할 까닭-김대륜 DGIST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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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우리 고교 교육에서 문해력(literacy) 향상을 강조해야 할 까닭-김대륜 DGIST 학생처장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22.04.11 10:13
  • 호수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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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처장으로 세 번째 입시를 치르고 신입생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에도 2021학년도 입시 때처럼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해 비대면 면접을 치를 수밖에 없어 무척 아쉬웠다. 우리 학교에 지원한 학생이 직접 학교로 와서 캠퍼스를 둘러보고, 앞으로 그를 가르칠 교수들을 만나보는 일은 학교를 선택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인데도, 학생들이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으니 말이다. 교수들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실제로 지원자를 만날 때 느끼게 되는 인상 자체가 무척 중요한 데다가, 학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대륜 DGIST 학생처장(기초학부 교수)
김대륜 DGIST 학생처장(기초학부 교수)

입시 자체만 놓고 본다면, 비대면으로 치른 지난 두 해의 면접에서는 우리 학교가 2020학년도에 도입했던 문해력(literacy) 평가를 치르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방식을 도입하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였다. 시각문화 중심으로 기술문화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학생들이 점점 더 긴 글을 읽지 않게 되고, 그만큼 문해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는 교육 현장 안팎에서 꽤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 우리 학교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면서 이런 현상을 절감한 일도 벌어졌다. 학생들이 교재나 참고 자료를 제대로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바람에 교육이 차질을 빚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 면접에서는 학생들에게 한 쪽이 조금 못 되는 분량의 짧은 지문을 주고, 그 지문이 이야기하려는 바를 간단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하게 하고, 면접관이 몇 가지 추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우리 학교에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면접 방식에 잘 적응했고, 개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답변을 내놓은 지원자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런 형태의 면접에 낯설어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단한 지문을 읽고 그 요지를 파악해내고,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지만, 면접을 치른 학생의 처지에서는 고교 현장에서 이런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까닭에 낯설어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고 말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은 학생들이 실제로 치르는 학업수학능력평가에 출제되는 지문의 수준을 고려하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역설적이라고 이야기한 까닭은 이렇다. 일전에 몇 가지 이유로 최근에 출제된 언어 영역과 영어 과목의 모의학력평가 문제와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재를 주의 깊게 살펴본 일이 있다. 우선 놀랐던 일은 지문의 수준이 아주 높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루고 있는 주제도 인문사회과학에서부터 자연과학과 공학까지 아우르고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할 만큼 넓었다. 이런 지문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학생은 교과서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책이나 글을 폭넓게 읽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수준 높은 지문에 따라붙는 문제는 대개 고도의 지적 훈련을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다양한 글을 깊이 읽고 생각하기보다는 빠르게 문제를 읽고 풀어나가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자주 출제되는 문제 유형을 익히고, 가능한 빨리, 특히 ‘감’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 고교 교육현장에서 치러지는 각종 시험이 요구하는 문해력 수준은 출제된 지문의 폭과 깊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는 여기서 자세히 따져보기 어렵지만, 이런 문제점은 고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문해력 향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한다는 점은 짚어 두어야겠다. 간단하게 말해, 문해력이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역량을 일컫는 것이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수학이나 자연과학, 공학을 모두 아울러 각 학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사회과학에서 그것이 주로 자연어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는 반면 자연과학이나 공학에서는 수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역량을 고교 교육에서 제대로 갖춰주지 못한다면, 대학에서 좀 더 깊고 넓게 공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교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할 때다. 문해력을 갖추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혁명 덕분에 우리에게 공급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인류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축적한 정보의 양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정보가 지난 한두 해 사이에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이니 말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세대는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빠르게 소화해 거기서 자기 생각을 끌어내는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런 일은 언어와 수리적인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 고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분명해진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양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해력을 강화하고, 거기서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면 현행 교육과정은 물론이요 수학능력평가 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물론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런 과제에 대한 답을 내놓는 일은 교육 당국과 일선 교사, 그리고 대학이 숙고를 거듭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오는 5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과연 이런 일에 나설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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